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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횡설수설

Report, Presentation

by fermi 2003. 11. 10.
예전에 PowerPoint is Evil 이라는 글을 올린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Report 와 Presentation의 기본은 글쓰기라는 결론?

그리 진지한 글이 아닐수도 있으나 한번 읽어나 봅시다.
(원글의 말투는 출처를 감안하여 거슬리더라도 이해를....)

출처 : http://kids.kornet.net/cgi-bin/Boardlist?Article=anonymous&Num=142446&Position=P142450

[ anonym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2003년 11월 10일 월요일 오후 08시 51분 10초
제 목(Title): 애들아~ 프리젠테이숑


서프라이즈에서 펏다.

설대 컴공출신이래

3장3절 이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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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3장3절
2003/08-12

공돌이의 경영나라 탐험기 ?(3)  

[Presentation 과 Report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

하루에도 수십 건의 보고서를 읽어야 하는 채널에 있다 보면 보고서의 품질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식을 가지게 된다. 보고하는 이의 표정과 쓰는 당시의
기분까지 읽히게 된다는 것을 보고하는 당사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그 몇 장 안 되는 페이지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이루고 싶어하는 정도가 느껴진다. 어느 대목에서 고민했는지 그 아픔이 실제로
느껴진다. 날림의 혐의에 대해서는 분노와 고통을 느낀다.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이 읽히면 보고서는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불신을 남긴다. 하물며 매일마다
십여 년 이상 보고를 받는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보는 안목은 얼마나 사람의
내면에 대해 현오(玄奧)한 곳을 응시하고 있을까.

드물지만 잘된 보고서는 상쾌하다. 부드러운 호흡을 타고 작은 충격과 설렘이
반복된다. 조사결과를 조작했든 어쨌든 논리와 근거가 잘 제시되어 있고,
아이디어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도록 결을 타고 숨가쁘게 흘러준다. 결론이
보고자가 제시한 것이 아니라 마치 결정해야 할 사람의 생각을 확인해주는 것과
같이 설계되어 있어서 서명하기가 별로 두렵지 않다.

그래서 잘된 보고서는 의사결정의 진입장벽을 사정없이 허물어버리는 문건이고,
자체가 하나의 정제된 작품이다. 보고과정 자체도 긴박감 넘치는 공연과 같다.
상대는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노회한 고수다. 그를 상대로 그 심리와 지식을
다투면서, 그리고 방향을 교감하면서 내가 원하는 일을 만들어가는 연출 과정이
아닌가.

결국 보고의 요체(要諦)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설득’이다. 텍스트 수준에서
걸려 넘어지면 설득은 고사하고 논지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잃어버린다.
논지가 명확해도 흐름과 맥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 가속도와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비상한 관심’을 끌지 못한다. 관심을 얻었다고 해도 감동과 열의로
가슴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비장한 긴장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약한 설득조차
만들어 내기 어렵다. 팽팽한 긴장과 탐욕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그 보고는
실패다.

그래서 보고서는 단순한 텍스트 이상이다. 잘된 보고서를 꿈꾼다면 결코
글발만으로 해결될 정도로 일이 단순하지 않다. 그래도 체계적으로 글 쓰는
연습을 지겹도록 해온 사람들이 조금은 유리하겠지. 그렇지만 그 정도가 이
사람들이 가졌다는 유리한 경쟁력의 전부다.

보고서에 관한 한 글쓰기는 90% 이상이 막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제하고, 추출하고, 원하는 표현을 압축해서 만들고, 가치가 떨어지는 중복
내용을 눈물을 머금고 잘라가면서 예리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재능을 요구한다.
실제로 글쓰는 것은 마지막 공정의 코딩(Coding), 10%에 불과하다.  

스스로 불쌍한 이공계 출신 사람들은 그나마 이 텍스트 수준에서 조차
처리하기가 불편하고 버겁게 여기고 있다. 심지어 글쓰는 문제 때문에 거의
콤플렉스에 가까운 문서 작성 기피증까지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가뜩이나 경영지식도 부족한 사람들이 기업에서 지배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유리하게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채널에서 점점 소외된다.

경영에 대한 지식을 갖추기만 해서 도모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를 주장하지 못하고 그래서 채널을 장악하고 의사결정에 도달 시킬 수
없다면 죽은 지식이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을 포함한 문서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결국 도장 찍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아닌가. 말로 때울 수 없는
모든 것은 ‘글’로 이야기해야 한다. ‘말’에서 생기와 휘발성을 제거하면서
메시지만 남긴 잔해가 바로 ‘글’이다. 그래서 글은 말보다 다루기가 대단히
어렵다. 너무나 많은 해석과 오해를 몰고 다닌다. 게다가 휘발성이 없어서 한번
잘못 남기면 두고두고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 죽은 언어의 잔해와 상징들을 가지고 리더와 고객들을 상대로 소통을 해야
하는 작업이 보고(Report)이고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이다. 이 주제
하나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나오겠지만 이 글의 의도는 그런 잡 기술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사상(事象)이나 이벤트의 원천을
통찰하지 못하면 흉내는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폭발력, 설득력을
나오게 만들지 못한다. 많은 경우 보고서의 상대는 화려한 기교나 그림이나
얄팍한 프리젠테이션 기술 따위에 식상해있는 노련한 고수라는 점에서 이 말은
절대로 맞다. 그들은 대부분 양념을 싫어한다. 핵심을 알고 싶어하고, 시간을
아끼고 싶어한다.

이공계 출신들이 작성한 문서들은 전형적인 특징들이 있다. 물론 전공에
상관없이 많은 문서가 기본기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잡하지만 이공계
사람들의 보고서에는 특별한 향(香)이 묻어있다. 대표적인 특징이 지나칠
정도로 양이 많고 디테일 하다는 것이다. 80% 의 내용은 첨부자료로 가야
되거나 없어도 될 내용들이다. 게다가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할 내용은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고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가 명료하지 않다. 그저 사실만을
자세하게 나열한 것이다. 분석한 것이라고 해봐야 비교 테이블 정도가 전부다.
네가 읽고 해석하고 이해해서 결정하라는 식이다.

보고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 우선 질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뭘 알아야 질문하지. 그 양도 양이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날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고 만든 정성을 봐서 혼내기도 쉽지
않다. 분명히 하고 싶은 선택이 어떤 것인지 짐작은 간다. 그렇지만 답답하다.
내가 설득이 안되고 있는데 내 윗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상경계나 인문계 출신 사람들은 좀 나은가. 낫기는 개뿔…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상경계 출신의 보고서 역시 그
향이 다르다. 우선 숫자가 많다. 가로세로로 빽빽한 숫자의 행렬들, 테이블들이
몇 장에 걸쳐서 계속 펼쳐진다. 대부분의 코멘트는 그 숫자를 설명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거의 숫자의 정확성에 목숨 건 사람들이다.

문제는 뭐가 제일 중요하게 쳐다봐야 하는지를 모를 정도라는 거다. 근거가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의미 해석이 수 십 가지가 넘게 나오는데. 이래서는
누구도 결정 못한다. 숫자의 정글에서 헤매다가 지쳐버린다. 만약 결정했다면
이미 그 바닥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보고서 때문은 아니다.

표 하나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N by M 매트릭스가
펼쳐놓는 경우의 수 에다가 해석을 해야 하는 조합이나 순열의 수를 곱한 수다.
숫자를 네 개만 나열해도 액면만 10개가 넘는 해석이 나온다. 거기에 숫자 상호
간의 비율과 과거 데이터와 비교라도 하게 되면 숫자를 가지고 무엇을
분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까운 객기다. ‘관심’에 맞게 잘라서
‘목표’에 맞게 정렬해 주지 않으면 표는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상경계 출신, 혹은 인문계 출신 사람들이 빠지는 또 다른 함정은 ‘비약’이다.
이공계 출신들도 간혹 눈에 밟히지만 조금 더 심하다. 그 비약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전략’ 혹은 ‘전략적’ 이라는 만병통치 단어다. 전략의
사전적 정의는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모든 근거는
‘전략적’이라는 한마디로 커버한다. 전략적 선택, 전략적 제휴, 무슨 무슨
전략 등등. 이 전략으로 표현되는 대부분의 주장에는 무수한 비약이 숨어있다.
왜 비약이 들어가는 가? 미안하지만 조사가 덜 되었거나, 공부가 덜 되었다는
증거다.

이 견해에 억울하다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안 됐지만 사실이다. 의사
결정하는 사람은 보고에 관한 한 ‘대단히’ 보수적이다. 언제라도 자르고 벨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많이, 지겹도록 베어본 사람들이다. 전략이라는
단어로 물도 많이 들이킨 사람들이다. 어영부영 넘어갈 만한 사안이라면 보고
자체가 ‘전략적’ 가치가 없었을 것이고, 중대한 사안이라면 사정없이
‘전략의’ 해부에 들어가게 되어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다면 전략이라고
인정해 주겠다.

진정으로 전략을 이야기하려면 전략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하고 측정해봐야 한다.
측정하기 어려우면 판단기준, 채택과 불 채택의 준거(Criteria)라도 개발해
내야 한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사고게임과 대안의 비교분석, 그리고 그 대안이
최적이라는 증거를 내 놓아야 한다. 또한 전략에 수반되는 하부의 전술과
전투와 개인기가 잘 정의되어야 한다. 진퇴에 대한 기준과 스텝을 정의해
주어야 한다. 보고 받는 사람의 마음에 투자해야 할 자원과 효과가 그려지고,
어떤 길로 가야 올바른지 감이 떠오른다. 바로 여기까지다. ‘전략’의 올바른
정의는 여기까지를 말한다. 그때야 비로소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중간결론을 내보자. 보고서에 관한 한 공돌이나 상돌이나 유의할 만한 차이가
없다는 말씀이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대한 자격지심을 버리고, 스스로의
초식을 개척하는 일이다.

이제 프로페셔널 보고서의 원형(Prototype)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잘된
보고서가 어떤 특징을 가진 것 인지 알아야 우리의 공돌이가 써도 쓸 것
아닌가. 근데 글이 디게 길어졌다. 그래서 안 쓴다.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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