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라는 기업은 잘 모르더라도 샤프펜슬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샤프펜슬을 발명한 사람이 바로 샤프의 창업자인 하야카와 도쿠지다.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있는 제품, 다른 회사에는 없는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하야카와 도쿠지의 신념은 지금도 샤프의 유전자로 불린다. 샤프는 이른바 '창조의 정열'로 일본 최초의 국산 라디오와 TV, 전자레인지, 태양전지를 만들어내고 세계 최초의 탁상 전자계산기를 개발한 데 이어 LCD를 처음으로 상용화 할 수 있었다.
'샤프를 창조한 사나이'(히라노 다카아키 지음/ 박영진 옮김 / 굿모닝북스 펴냄)는 하야카와 도쿠지의 일대기다. 그는 일본의 수많은 기업인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로 손꼽힌다. 누구보다 삶의 고통과 쓰라림을 많이 겪은 기업인이다. 그의 일생을 소재로 한 연극이 만들어져 연극 무대에 올려졌을 정도다.
생가의 몰락으로 두 살도 되지 않아 양자로 보내졌고,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성냥갑 붙이기로 집세를 벌었으며, 여덟 살에는 금속세공 공장에 견습직공으로 들어갔지만 공장 주인의 불운으로 다른 종업원들이 전부 그만둔 후에도 혼자 일을 했다. 19세에 '도쿠비죠'라는 조임식 현대 버클을 발명했고 22세에 샤프펜슬을 발명했다. 샤프펜슬로 사업이 일어설 무렵 간토 대지진이 덮쳐 사업기반과 아내, 두 아들마저 앗아갔다. 생과 사의 고비에서도 장인정신을 잃지 않고 발명에 매진했다. 재기를 위해 샤프펜슬의 특허권을 양도하고 라디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등학교를 1년 남짓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였지만 1925년 일본 최초의 라디오를 개발해냈고, 이 후 일본 전자제품의 최초 꼬리표는 샤프가 대신하게 됐다.
이 책은 샤프의 CEO 혹은 장인으로서의 하야카와 도쿠지보다 고난과 시련, 성공과 실패를 통해 성장한 한 인간의 생애를 조명하고 있다. 견습직공으로 들어갔던 공장의 주인을 평생 귀중히 모신 점이나 어린 시절 보살펴준 앞 못보는 이웃 할머니를 기려 일본 최초의 장애인 전용공장을 만들고 보육원을 설립한 점이 그렇다. 경영 위기에 부딪쳐 차마 인원정리를 못하고 있을 때 노동조합이 스스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해 회사를 구하자 그에 대한 보답으로 회사가 정상화된 뒤 자신의 주식을 전부 종원들 앞에 내놓은 일화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고, 대지진이라는 천재지변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패전의 잿더미에서도 열정과 노력을 다한 작은 거인. 진정 창조적 기업가 정신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우리에게도 창조를 위한 뜨거운 열정과 강한 실행력이 필요하다.